| 보도제목 | 김경일의 심리학/ 불안해 하는 직원에게는 사실 알리고 분노할땐 깊은 진실 알려라 |
|
조직의 리더라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알리고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늘 하게 돼 있다. 심리학자인 필자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대답은 늘 한결같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면 최대한 구체적인 사실들을 충실히 알려주세요. 하지만 사람들이 화를 내고 있다면 짧더라도 가장 깊은 진실을 말씀하셔야 합니다. " 실제로 심리학의 많은 연구를 종합해보면 이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다.` 너무 많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서 다소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는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일단 사실과 진실을 알아보자. 무엇이 다른가. 사실(事實)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품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다`나 `어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는 식의 표현을 쓴다. 그런데 진실은 좀 다르다. 진실(眞實)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진실은 `감춘다` 혹은 `밝힌다` 등과 같이 보다 더 드러냄을 의미하는 동사적 표현과 결부시켜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가 `사실에 충실하다`는 표현을 쓸 때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최대한 `자세히` 알 수 있을 때다. 일반적으로 `정보`란 말이 이 범주에 들어가며 따라서 양적인 측면이 강하다. 반면에 `진실을 밝힌다`란 표현은 지금 일어나는 다양한 사실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원인`이란 용어로 주로 표현되며 당연히 양보다는 근본이나 질에 가까우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간결하다. 그런데 이 정보와 원인, 즉 사실과 진실은 인간의 두 종류 감정인 불안과 분노가 각각 추구하고 원하는 바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불안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정확한 걸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느낀다. 수감자에 대한 기록들을 보면 사형수가 사형 날짜를 모르면 극도로 불안해한다. 그런데 사형 날짜를 알면 두려워하거나 이제 끝날 자신의 삶을 슬퍼한다. 공포영화에서 화면 위쪽에서 카운트다운이 되면서 0이 되었을 때 귀신이 나오면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다. 예측 가능하니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불안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증폭되는 것이며 따라서 나쁜 결과라도 일정 수준 이상 예측이 가능해지면 상당히 완화된다. 차라리 현 상황을 인정하고 대비하거나 조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불안하면 사람들은 그래서 어쭙잖은 위로나 격려보다 차라리 정확한 사실을 요구한다. 반면 분노는 완전히 다르다. 사람들에게 현재의 사실을 알려줘도 그 사실 이전의 진짜 원인이 은폐됐다고 생각되면 대부분 사람은 분노하게 된다. 가까운 현대사를 한번 되돌아봐도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을 때 아무리 현재의 단편적인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제시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 거 필요 없고 진짜 이유를 말하시오"라고 하며 광장으로 뛰어나온다.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함이 엄습하고 있을 때 한국의 시스템은 최대한 현재의 사실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은 지혜롭게 자신의 에너지와 집단의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거나 완전히 해결되었을 때는? 이제 긴급한 불을 껐으니 이 코로나19가 어떻게 발생했는가에 대한 진실을 그때는 필요로 할 것이다. 이걸 거꾸로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실적 정보가 필요할 때 섣부른 진실 캐기로 엉뚱한 곳에 분노의 화살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2020/5/22 |
|
|